인턴 할 때의 일이다. 그 누구보다 외로움을 잘알고 가족의 소중함을 잘아시는 할아버지, 할머니.
가족과 함께 지내냐고 할리데이날 어디에 가냐고. 누나가 있다고 했다. 누나집에 갈거라 했다.
가는 길은 아냐고. 너무 쉽다. 차타고 3시간 직선길을 달려가면 사막 가운데 누나집이 있다.

어렵지도 않고 시외버스 타고 3시간 걸려 고향집을 가는 것보다도 쉬운 그 길을 지난 7월 이후로 처음 간다.
이런 저런 핑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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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도 끝나고 방학도 한 지금 느지막히 동쪽으로 길을 나섰다. 붉게 물들어 가는 서쪽 하늘을 뒤로 뒤로.
너무 늦게 나선 탓일까. 해는 지고 어둠이 몰려올 때서야 산을 넘기 시작했다.
조심스레 행여나 차가 고장이나 나지 않을까하는 걱정으로 가파른 산길을 올랐다.


무사히 넘은 산 이제 다시 굽히치는 내리막길을 내려가야 한다.
어느 새 다 내려온 길 긴장이 풀리고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한숨 소리에 귀가 열리고 가슴이 열린다. 가슴이 열리고 하늘이 보이고 별이 보인다.
이제 남은 캄캄한 어둠 속의 사막, 나를 향해 오는 불빛은 이내 멀어져 가고 나를 뒤 따르는 불빛을 벗 삼아,
사막을 가르는 직선 길을 달렸다.

한 낮의 더위를 피해 잠시 쉬었다 가듯, 목은 타지 않으나
오아시스에 들렸다. 대 낮의 뜨거운 바람은 간데 없고,
싸늘한 밤공기만 스친다. 짧은 윗옷으로 사막을 건너기 춥다. 얼른 긴 팔 옷을 입고 다시 길을 향했다.

3시간을 달렸을까? 저기 지평선 넘어 붉은 불빛, 사막 가운데 누나 집이다.
힘이 난다. 졸음도 가신다. 마당에 들어서고 이불 빨래를 꺼내들고 차에서 내렸다.
또 빨래하러 온다는 누나의 푸념 섞인 잔소리가 반갑다. 정겹다.

이틀을 쉰 나는 다시 차에 올랐다. 아쉬워하는 누나는 애써 고개를 돌린다.
마치 부모님께서 외지로 나서는 자식을 바라보듯.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고 만날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리움이다.
그립다는 것은 아직도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6/12/29 15:48 2006/12/2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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